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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인사권과 사면권, 그리고 레임덕'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5.13 인사권과 사면권, 그리고 레임덕

인사권과 사면권, 그리고 레임덕

얼마 전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이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문제로 우리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였다. 신문사들과 야당은 그렇다 치고, 여당도 대통령과 대립하였다. 또 최근에 8·15사면과 관련하여 여당 의견은 무시된 채 안희정, 신계륜씨 등 정치인들, 특히 대통령 측근들만 사면이 추진되고 있어 청와대와 여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당의 친 재계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견제로 비춰지고 있다.

코드인사 논란은 초기부터 계속되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 전 총리,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대현 헌재재판관에 대한 논란 등이 이어졌다. 작년 이기준 부총리도 판공비 유용과 불법적 사외이사 겸직 등으로 서울대 총장에서 중도하차한 전력을 무시했다가 5일 만에 사퇴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하여 “코드가 안 맞는 인사를 임명하면 잘 된다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혁신을 이해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인사수석실도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성향을 같이 하는 사람을 발탁하여 성과는 내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설명한다.

인사권이나 사면권은 물론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국정을 운영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은 인사권이나 사면권을 적절하게 행사해야 한다. 여당의 동의도 얻지 못하는 상태로 인사가 이루어진다면 그 사람이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적절한 인사를 위해서는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수다. 그래서 가장 반대가 적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 이 정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재풀의 한계인데, 예전의 동지나 측근들 중에서만 고르니 문제가 발생한다. 김병준 부총리도 그렇지만, 차관급인 권오규 경제수석을 석 달 만에 장관급인 정책실장을 거쳐 부총리에 임명할 정도로 인력풀이 좁다.

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해서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해찬 전 총리 때와는 달리 국무총리의 제청권이 행사되는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수석 대신 임명된 김성호 법무장관에 대하여 한명숙 총리도 제청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언론에 노출되어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제청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전검증 절차도 문제다. 김병준 부총리의 경우 국회 청문회에서 여당으로부터 ‘이렇게 흠이 없는 분도 있는가’ 하고 찬사를 받은 바 있지만, 며칠 만에 파렴치한으로 몰렸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책임을 공감해야 한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서로에 대한 의리는 눈물겹다. 그러나 국민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기에는 너무 지쳤다. 민주화 동지들 의리에 국민 생활이 볼모 잡힐 수는 없다.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리고 가야 한다고 했던가.

청와대는 이번 인사파동과 사면권 논란을 레임덕 현상으로 보고, 여기서 밀리면 정말 레임덕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의 의견 불일치를 단순한 레임덕이라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문제다.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계륵대통령’이라고 표현한 신문에 대하여 대통령을 음식에 비유했다 하여 취재를 거부하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레임덕도 음식얘기라고 화를 내려나? 어느 나라 어떤 대통령도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은 피하기 어렵다. 알레르기반응이나 어떤 꼼수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긍정할 수 있고,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운 정책을 진지하게 찾아나가야 한다. 네편 내편을 잊어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내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는 어렵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문제다. 의견이 다르면 끝까지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야당의원들에게 일일이 서한을 보내 동의를 구하는 미국 대통령들이 참고가 된다.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는데 레임덕 논란이나 벌인다면 국가적인 불행이다. 레임덕을 막는 방법은 초심으로 돌아가 정도(正道)를 걷는 일 뿐이다.


 

오호택/국립한경대 교수

중부일보 2006-08-11 http://www.joongboo.com/html/news_view.asp?menu=D&articlenum=20224920060810&div=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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