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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민주당의 분당사태'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5.13 민주당의 분당사태

민주당 그들만의 잔치

요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분당 사태를 지켜 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신당 추진파도, 민주당 사수파도 모두 국민의 뜻이라고 한다. 한쪽이 개혁신당을 창당하여 전국정당을 만들어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하면, 다른 쪽에선 특정지역은 배제하면서 전국정당이 되겠느냐고 반박한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는 인적 청산이 앞서야 하고 구주류를 배제한다고 하면, ‘참여정부’에서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받아 친다.

대통령은 신당창당에 관여 않겠다고 하지만, 반대편에선 청와대 비서관이나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총선을 준비하는 등 소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움직이므로 신당은 “노무현당”이라고 꼬집는다. 진정 무엇이 국민의 뜻이란 말인가.

물론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민주주의와 헌법을 긍정하면서 집권하는 길은 선거의 승리가 유일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참여와 통합을 기치로 내건 노무현 정부에서 신당은 무엇이며 집권당의 분당은 무엇인가. 언제 국민들이 신당을 원했는가. 굳이 말하자면 대통령을 낸 당이 국회도 장악해야 한다는 일념에서 내년 4월의 총선을 겨냥한 전술 아닌가. 신주류건 비주류건 오직 총선에서의 승리, 그 이상의 목표는 아닌 것이다.

민주당 구주류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사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인가? 새천년민주당만인가, 아니면 새정치국민회의까지인가, 아니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을 포함하는 것인가. 지금 신주류니 구주류니 하는 사람들을 보라. 이런 당들뿐만 아니라 구 여권인사 등 온갖 다양한 출신들이 모여 있지 않은가.

국민들은 민주당이든 신당이든 상관이 없다. 누가 무슨 당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당인가가 관심이다. 정말 국민을 위한 정당이 되려면 쓸 데 없는 신당논의를 중단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론해야 할 것이다.

정통성은 계승되면서도 창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정통성을 얘기하기에는 정당의 동일성과 계속성이 없다. 특정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했을 뿐이다.

그런 마당에 정통성을 사수한다는 얘기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전의 정당들처럼 민주당이 이합집산을 해서는 정통성을 계승할 수도 창조할 수도 없다.

더구나 예전 같은 민주화 내지는 군부독재 반대의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3김과 같이 정치를 휘두르는 거목들이 사라진 지금, 정치인들은 다원화된 이 시대를 잘 읽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도 내년 총선에서의 원내다수세력에 총리와 일부 장관에 대한 사실상의 임명권을 주고 이원집정부제로 운영하겠다던 엊그제의 주장을 바꾸고 슬쩍 피해갈 것이 아니다. 신당이든, 민주당 고수든, 아니면 신당논의 자체의 불가이든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 뜻에 따른다고 하면서 국민과는 상관없는 신당추진이 진행되는 데도 자신은 신당논의와 상관없다면 정말 상관이 없게 되는가.

어쨌든 집권당이고 또 그 당 출신 대통령 아닌가. 대통령이 외면하고 민주당이 분당되는 식으로 신당이 창당되면 결국 우리의 정치는 지난 시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과거의 공과를 스스로 책임지고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변해가는 것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정당이다. 국민은 이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국민의 역량과 책임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 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부 교수

한국일보 2003-09-17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309/h20030917172059238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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